단과 건은 서로의 글을 읽어주는 것을 즐겼다. 학기 중에도 틈이 날 때마다 단은 짧은 소설을, 건은 시를 쓰곤 했다. 어느 날은 운동장 스탠드의 그늘진 자리에서 건이 단의 소설을 읽고 있었다. 그것은 저들과 같이 잔잔한 연애를 하는 두 사람에 대한 글이었다. 종내에는 두 사람이 헤어지며, 소설은 끝을 맺었다. 둘이 안 헤어졌으면 좋겠어. 건이 말했다. 왜?...
언젠가 단이 건의 자취방에 처음으로 간 날이었다. 작은 원룸이었지만 살림이 적은 데다가 깔끔히 정돈되어 있어 꽤나 널찍해 보였다. 단은 저를 초대해서 미리 청소를 했나, 잠시 그렇게 생각했지만 죽 둘러보니 평소에 정리를 잘 한 집이었다. 부지런히 사는구나. 단이 말했다. 건은 말없이 빙긋 웃어보였다. 단은 방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둘러보고 만져도 보았다. ...
이후 단과 건은 캠퍼스에서 마주칠 때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서로 인사를 한다기보다는 건이 먼저 인사를 건네면 단이 받아주는, 그런 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진과 예술 수업에서 건이 단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오늘 날이 참 덥죠. 아, 네. 그러게요. 잠시 침묵. 저번에는 감사했어요. 아니에요, 별 거 아...
단은 아직 따뜻한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그는 상수의 한 카페의 테라스 자리에 앉아있다. 주변은 고요하다. 너무 고요한 나머지 그의 숨소리가 공기를 타고 널리 퍼졌다. 그는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건을 떠올린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건은 딱히 커피를 좋아하지도 않았다. 단은 그가 떠오른 이유를 애써 찾으려 하지 않는다. 그저 말없이 그를 추억할 뿐...
…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여보세요? 갑자기 말이 없어진 상대에 나는 왠지 불안해졌다. …실망입니다. 침묵 끝에 상대가 말했다. 유지모가 얼마나 처절하게 활동 중인지 아시긴 합니까? 캘리포니아 주청사뿐만 아니라 다른 세계 곳곳에서도 유칼립투스는 위협받고 있습니다. 유칼립투스 나무가 화재에 얼마나 취약한지 알고는 있습니까? 얼마 전 호주에서는 코알라를 보러...
정체가 뭘까, 저건. 나는 멍하니 가방을 바라보며 빨대를 입에 물었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커피만 맛없기로 유명한 카페였지만 그 날만큼은 아무 맛도 느낄 수 없었다. 가방에만 정신이 팔려 한참을 있다 보니 어느새 얼음만 남은 컵에서 쪼로록 소리가 났다. 그제서야 정신이 든 나는 다시 나 나신을 다독였다. 괜찮아, 별 것도 아닐 거야. 꺼내어 버려버리면 아...
나는 담배 피우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많은 양을 피우지는 않았다. 하루에 다섯 개비만 피우는 것이 나만의 불문율이었다. ‘좋아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애연가라 할 수 있겠다. 애연가인 나는 혼자 피우는 것과 친구와 함께하는 것 모두를 즐겼다. 그러고보면 정말 담배 자체를 사랑했던 것 같다. 그 날도 나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7월 중순, 여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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